전쟁의 슬픔을 넘어서
(낭독 이영란)
시를 낭독하는 이영란 님
아버지가 전쟁터에 가시는 전날 밤
목욕을 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상의를 벗은 채 4명의 형제를
무릎 위에 앉혔다.
「내일부터 전쟁터에 나간다
너희들 마음껏 아버지의 냄새를 맡아라.
나도 너희들의 냄새를 맡으마.
14살의 장녀인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냄새를 맡았다.
다음날 아침
군복으로 갈아입은 아버지가 현관에 섰다
「다녀 오마.」
아버지가 경례를 했을 때
「아버지 나도 데려가 줘.」
「같이 가고 싶어 아버지와 떨어지기 싫어」
3살 된 동생이 울면서 아버지 다리를 붙들었다.
「남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울면 안 된다.」
아버지는 다시 경례를 한다.
동생도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반년 후, 처음으로 아버지에게서 엽서가 왔다.
「아버지는 잘 있다. 아버지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열심히 해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그날 밤 또 한 통의 엽서가 날라 왔다.
그것은 아버지 전사 통고서였다.
그리하여 반달이 지난 아침
비행기가 한 대 날아왔다
그 비행기가 한 바퀴 돌고 갔을 때
또 다른 태양 빛과 귀청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그 빛은 형제 3명을 일순간에 뼈로 만들어버린 빛이었다.
어머니는 한쪽 눈이 감겨지고
허리뼈가 부러져 허리가 굽었지만
목숨은 무사했다.
굽어진 허리로 어머니는 밭에 나가 일을 하시며
나를 고등학교에 보내 주셨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보고
「축하한다!!」
아름다운 웃음을 남기시고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셨다.
이틀 후에 어머니는 화장되었다.
유골을 담고 있을 때 화장터의 직원이 옆에 앉아서
「어머니는 원폭에 당한 것이겠지요.」
「어떻게 아세요?」
「두개골이 없지 않은가. 뼈가 일반 사람의 반도 되지 않아.
더 적은 사람도 있지. 원자폭탄은 살아있는 사람의 뼈까지 녹여버리네.」
쓸쓸한 한 마디가 귀에 맴돈다.
그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합장하고 있던 4체의 위패가 다음날부터 5체로 되었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5체의 위패에 합장하면 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18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려는데
앞으로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살라는 것일까?
원한을 가지면 얼굴도 마음도
원망스러운 얼굴, 원망하는 마음으로 변할 터인데...
아버지도 어머니도 원망 받을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면 나도 그런 마음은 빨리 버리고 싶다.
희망~~~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지금까지 울부짖던 슬픈 눈물들이
어느새 기쁨의 눈물로 변할 것이다.
기쁨의 눈물이란 진정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