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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6호 2017년 5월] 하늘의 별따기(5)-한국인 피폭자 원정부의 이야기

관리자 2018-01-20 (토) 07:48 6년전 1791  

하늘의 별따기(5)
(한국인 피폭자 원정부의 이야기)


高龍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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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하게 조선 사람

원폭투하, 그것은 인간계의 지옥을 그림으로 그린 세계를 이 세상에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런 무서운 세계가 몇 천 년이라는 인류의 역사 속에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일본은 다행히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어 타국과 전쟁할 경험은 적었고,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경험도 일본이 생긴 이래 한 번도 없었다. 처음으로 타국의 침략을 받아 처음 투하된 폭탄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된 원자폭탄인 것은 어쩌면 이렇게도 불행하고 참혹한 운명이었을까? 일본 사람은 투하된 폭탄이 지금까지 원자폭탄이라는 것도 모르고 대혼란 속에서 5일째의 아침을 맞이했다.


텐마강의 주변에 있는 정부의 집은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면 시원한 새벽안개 속에서 바다냄새가 풍기는 조용한 평화스러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바로 옆의 강과 들은 조금이라도 넓은 장소가 있으면 그곳에서 하루 종일 시체를 태우고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 오너라」
정부와 할머니는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손을 흔들고 오늘도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다.


어제 저녁 무렵에 오늘 찾으러 나갈 코스를 이미 정해 두었다. 히로시마성과 교바시 강변이다.
그러나 할머니도 정부도 금년 3월에 히로시마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버지와 히로시마 성에는 2번 정도 갔을 뿐 히로시마 마을은 그렇게 자세하게는 잘 모른다.


정부가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히로세 다리를 건너 똑 바로 가면 아이오이 다리가 나온다. 그곳을 건너 첫 번째 아니면 두 번 째의 길을 왼쪽으로 돌아가면 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성에서 되돌아오면 지붕에 큰 둥근 공 반을 잘라 엎어놓은 것 같은 빌딩이 강가에 있고, 그 근처에 운동기구점이 있어 그곳에 가본 적이 있었다.


진귀한 신품의 야구 방망이, 공, 야구 글로브가 있었다.

「아버지, 저것 갖고 싶어요.」라고 글로브를 가리키면 「그래, 알았다. 더 크면 사 주마」 「정말? 약속했어요」라고 상점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둔 것이다. 분명히「야스다 운동기구점」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사루가키 마을 거리를 걸어가면 그곳에는 훌륭한 기와집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조금 더 걸어가 어느 가게 앞에서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었다. 당근이나 파 등 야채를 팔고 있었다. 통조림 등도 있어서 아버지는 오늘 밤 반찬을 사려고 이것저것 고르고 있으면 가게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손에 차가운 것을 건네주었다.


「이것 뭐예요?」
「아이스크림이란다. 먹어 보렴」
차갑고 달고 맛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부드러운 이상한 과자가 있는가? 정부는 생애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그래, 용돈을 모아서 또 사러 와야지. 그래서 이 가게 이름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나카 식료품점」 또, 큰 등불에 「담배」라고 쓰여 있었고, 글자를 배운 정부는 한자는 잘 읽을 수 없지만 카나 문자는 모두 읽으면서 걸어간 기억이 정부 머리 속에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둥근 지붕의 빌딩 근처에 있었던 그 빌딩은 산업장려관인데 창문 유리가 한 장도 남김없이 모두 부서져서 마치 유령과 같이 변해있었다. 그 근처에 분명히 운동기구점이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주위를 찾아보았다. 강가에 있었던 운동기구점으로 생각되는 곳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구멍이 보여 그 밑을 들여다보니 다 터져버린 공같은 것이 뒹굴고 있다. 아~ 여기가 그 운동기구점이다 라고 생각되지만 지금은 아버지도 없고 운동기구점도 없고 이제 글로브는 손에 쥘 수 없구나! 정부는 쓸쓸하게 생각했다.


불타버린 벌판을 성 쪽으로 가면 빨간 도리이(鳥居)가 한 쪽 기둥만 있고 반쯤 넘어진 채로 서 있다.

그 도리이 기둥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얼굴이 수박같이 새빨갛고 둥근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려 할 때
「여보세요, 여보세요」
입안에 모래가 가득하게 든 것 같은 메마른 목소리였다.
「아가씨, 왜 그래요?」
「저~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아요. 누군지 모르지만 부탁이 있어요.」
「아가씨, 말해 봐요.」
할머니가 앉자 아가씨는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축 늘어진 손을 1,2초 정도 올리더니 툭 떨어뜨리면서「어제 밤부터・・・몸이 부어올라・・・오늘 아침 호국 신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눈이 안보여서・・시계 줄이 쪼여서 아파요~ 풀어주세요.」
「그래, 알았다. 지금 풀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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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아가씨를 안고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좌우로 가르자 그 머리카락은 술술 다 빠지고 말았다.


그 아가씨의 얼굴을 본 순간 정부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두 눈은 튀어나와 귀가에 축 늘어져 있다. 그 눈에서 검은 고름 같은 액체가 흐르고 있다. 퉁퉁부은 검은 얼굴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정부는 너무 무서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한쪽 팔을 골절을 당해서 한 손으로 시계줄을 풀 수가 없었다.

「정부야, 이리 와서 이 팔을 잡아 줘」라고 하신다.
겁에 질린 정부는 얼굴을 외면한 채 팔을 잡았지만 할머니는 잘 풀지 못하신다.
「정부야, 네가 풀어 보렴」라고 하신다.
아버지의 시계 줄은 몇 번이나 풀어드린 경험은 있지만, 퉁퉁부은 팔목에 푹 파묻힌 시계 줄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몇 번이나 양 손으로 시계 줄을 힘껏 당겨 겨우 걸고리는 풀었지만 아직 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상하다」


할머니와 둘이서 힘껏 줄을 당기니까 아가씨의 팔목 피부까지 떨어져 나오고 말았다.
「앗!!」
둘은 휘둥그레 서로 눈을 마주보며 비명을 질렀다.
노출된 빨간 살이 너무 아파 보인다.
「아가씨, 미안해, 아프지」
할머니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요. 이제 편해졌어요. 할머니 고・마・・워・・・요・・・・」
잘 들리지 않지만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마치고 툭 쓰러지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와 정부는 다시 아버지를 찾아서 성쪽으로 왔다.
분명히 아버지와 같이 왔을 때는 울창한 나무 숲속에 성이 높이 서 있었고, 제일 꼭대기에는 아름다운 지붕이 있었지만, 그 천수각도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다 허물어져 있었다.
검은 돌담도 빨갛게 변색했고, 성 주위의 연못의 연꽃은 무참하게 시들어졌고, 그 사이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떠 있다.


그곳에는 히로시마 제5사단 사령부가 있었고, 많은 군인이 오가고 있었다. 히로시마의 번영과 활기는 도쿄에 이어 군인 도시로서 군수시설과 군 관련 공장 등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히로시마성은 그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상징이라는 성은 성벽만 남기고 군수시설 건물도 부서져 없어지고 그 많든 군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성 밖으로 나오자 말고삐를 붙들고 서 있는 군인을 만났다.

군인은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놀란 것은 큰 말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 이상 더 떤다면 말은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옆에서 군기를 들고 서 있는 군인은 불타 너덜거리는 군복과 군모를 쓰고 차렷 자세로 서서 외치고 있다.
「여러분, 잘 들으시오. 나는 군인도시 히로시마를 지키려 여기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전교 학생이 조례를 하려고 교정에 나와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 모두 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군인으로서 그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하여 내가 죽을죄를 지고 말았습니다.」
군인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하늘을 향하여 절규하고 있었다.


「아~~ 할머니! 아들이시오?」
「아니, 손자입니다.」
「손자라고요? 상처하나 없어 보이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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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머리를 좀처럼 들지 않는다. 허리에는 칼을 차고 기품은 꽤 높은 고급 장교같이 보인다.
「고개를 드세요.」
할머니가 가까이 가자 고개를 들려던 군인이 비틀거리며 할머니 앞으로 쓰러졌다.
「앗, 실례했습니다. 실례지만 앉아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혹시 할머니는 조선사람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왜 여기까지 손자를 데리고 왔습니까?」
「내 아들이 5일 전에 일하러 나간 채 돌아오지 않아서 찾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단히 걱정스럽겠군요. 조선 사람이었습니까? 그립습니다.

실은 나는 조선의 경성 용산이라고 했던가? 그곳에서 5년 정도 복무했었고、옛날에는 경복궁(景福宮)이라 했다는데, 그 뒷산 북한산을 올라가면 맛있는 막걸리 주막집이 있었지요. 막걸리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경성 마을을 본 것이 어제같이 생각되는군요. 그런데 아들은 일본에 와서 몇 년 되었습니까?」
「네~~ 지금 이 손자가 7살이니까 8년 전에 온 것 같아요.」
「8년 전이라. 소화 12년(1937년)이군요. 그동안 일본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까?」
「불편한 점...아니 아들은 직장이 있어 불편한 점은 없었지요. 지금은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네~~ 일본을 위하여 일하고 있었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드립니다.」고 하며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할머니는 빨리 떠나고 싶어서 일어서려고 하자
「잠깐 기다리세요. 할머니, 조금 있으면 나는 이 세상과 이별할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말한 것 같이 나는 20대에 군인으로서 5년 동안 조선에서 살았습니다. 그때 내가 본 것들의 잘못을 언젠가 조선 사람에게 사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기회가 없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 세상 마지막 말을 들어주십시오.」
「네? 무슨 말입니까?」
「들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고 하며 고개를 든 순간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군인으로서 처음 복무한 곳은 36년 전에 조선이었지요. 그 당시 광화문 앞에는 정비는 되어 있었지만 조금 옆길로 가면 비 오는 날은 걷지도 못할 정도로 길이 논이나 밭이라 나는 군인으로서 언젠가 이 조선 땅도 문화가 높은 사회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불타고 있었지요.『일시동인(一視同仁)』이라고 배워 온 일본사람도 조선 사람도 같은 사람이니 차별하지 말고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나는 그것을 관철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에서 이기고부터 대국과 전쟁에 이겼다는 교만함이 너무 커서 조선 사람들을 압박하고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3.1만세운동..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대국에 이기면 이길수록 머리를 숙여야 하는데 머리를 너무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세계 제2차 전쟁에서 엄청난 군인이 죽었고 조선인도 여기에 휘말려 죽음의 늪으로 점점 더 빠져 들고 말았지요. 아아!! 아아!!」
깊은 한숨을 쉰 군인은 피로 새빨갛게 물던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왜 이렇게 바보짓을 했는가...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는가...이 전쟁은 일본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고, 당신 같은 조선인에게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전쟁입니다. 일본이 합병해버린 36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 조선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한 불행과 고통을 맛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조선 사람들이 히로시마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조선사람들이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군인이 힘이 없는 탓이고 일본의 국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지킬 군인이 힘이 없어 아무런 죄도 없는 조선 사람들을 지옥세계에 죽게 했습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일본인이야 폭탄에 맞아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이 전쟁에서 죽을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행자로 만들고 만 그 죄를 조선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군인으로서 국민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고, 조선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고 죽음으로 이끌고 만 이 죄를...사과하고 싶습니다...사과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쓰러진 군인은 또 무슨 말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안녕히 계십시오 조선 분이여~ 꿋꿋하게 사십시오 조선 분이여.」작은 소리가 정부의 귀에 들려왔다.


그때, 부들부들 떨고 있던 말도, 군인도 앞으로 툭 쓰러졌다.
말은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더니 네발을 쭉 뻗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옆으로 군기를 들고 있던 군인들이 달려왔다.


「각하, 정신 차리세요!! 정신 차리세요!!」
새까맣게 불타버린 허허 벌판에 애타게 외치는 소리만 들려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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