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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4호] 「하늘의 별따기」(2)

관리자 2018-01-18 (목) 10:27 6년전 1882  

「하늘의 별따기」(2)         
(한국인 피폭자 원정부의 이야기)        


高龍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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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자(節子)의 슬픔-


  할머니가 무너진 목재 사이에 팔이 끼워 아무리 빼려고 해도 빼지 못하고 결국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당시, 목재를 들어 올려 준 조선인 세 사람에게 할머니는 또 무너진 현관을 고쳐달라고 부탁을 해서 무너진 현관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고치고 있다.


 정부는 부러진 목재들을 낑낑거리며 끌고 가서 치우고 있다. 어른들과 같이 하는 모습이 자신도 마치 어른이 된 듯한 얼굴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이것 쓸 수 있어요?」


  절자는 30센티 정도 되는 몽둥이를 가지고 오고, 작은 돌 3~4개를 가지고 오고、찢어진 종이를 주어 온다. 가지고 올 때마다 「이것 쓸 수 있어요」라고 귀여운 목소리로 물어보면 같이 일하던 조선인 아저씨가
  「절자 양, 일 잘하네, 우리보다 더 잘 한다~~」
  「우리들이 절자 양에게 지겠다.」는 등 웃음꽃이 핀다.


  어린아이지만 자신들도 무언가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지요. 도움이 되진 않지만 암길이도, 절자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그리하여 할머니가 조금 고개를 숙이면 들어갈 수 있는 현관이 생겼다.
  「다 됐다. 너희들, 이제 들어가도 된다.」 와~~들어가려 할 때 할머니가
  「정부야, 좀 기다려라. 도와주신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자.」
  세 사람은 머리를 숙이며「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환성을 지르면 현관으로 들어갔다.


   2층 부분은 날아가 버려 없어졌지만, 1층 거실과 4,5조 되는 옆방은 천정이 무너져 있어도 방공호보다 훨씬 더 지내기가 좋다. 그러나 천정에는 30~40cm 정도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그 천정의 구멍은 무너질 위험이 있어 고치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구멍이 뚫린 채 살아야만 했다. 비가 내리면 잘 수도 없고, 약간의 바람 정도는 여름이니까 공짜 선풍기가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틀 만에 내 집에 들어간 정부 형제들은 다다미에 누워 다리를 뚱땅거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먼지가 새까맣게 일어 콧구멍이 금방 새까맣게 되었다. 그 때 어머니가 「청소할 테니까 저리 비켜라」하며 물통 속에   종이를 찢어 넣고는 그 종이를 방에 뿌린다.
  「엣? 어머니! 왜 물에 젖은 종이를 방에 뿌려요?」
  「이렇게 하면, 청소할 때 먼지가 안 일어난다」


  절자가 「나도 하고 싶어」하며 젖은 종이를 던지는데 결국 어린이 3명의 놀이로 되었다. 방은 순식간에 깨끗해졌고, 「아~~, 좋다」하며 다다미 위에 굼뱅이가 기어가는 흉내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뒹굴며 야단법석을 떤다. 전기는 꺼진 채 천정 구멍에서 희미하게 빛이 들어온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 금방 어두워진다.
  갑자기 절자가 작은 손가락을 가르킨다.


  「내 인형 다리다!」 손가락을 가르킨 곳에 어른 엄지 손가락만한 인형 다리 같은 것이 목재 밑에 깔려 있다.
  「정말이네~ 아기 인형 다리다.」


  어린이들은 조금 삐져나와 있는 인형 다리 옆에 모여 들었다. 그 인형은 절자가 두 살 때、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 주신 것으로、빨간 상의와 치마를 입은 인형인데、절자가 「절자 아기」라는 이름을 지어 절자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었다. 그 소중한 보물이 폭풍에 날려가 목재 사이에 끼어 있는 한 쪽 발의 인형을 절자가 발견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방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머니, 절자 아기 인형 다리만 보여요.」
  「빼 내어 주세요 어머니.」 라고 절자는 어머니의 다리를 붙들었다.
  가족은 인형 다리가 있는 곳으로 모였다. 어른 혼자는 안 되겠고 어린이를 목마를 태우면 닿을 수 있다.
  「암길아、네가 내 목에 타고 꺼내 봐.」
  어머니는 암길이를 목에 태우려고 앉았다.


  암길이는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곤 어머니 어깨에 올라탔다.
  「절자야, 지금 작은 오빠가 빼내 줄께.」

  어머니의 어깨에 탄 암길은 인형 다리를 붙들고 잡아 당겨 보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안 빠진다.」고 하며 내려오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꼭 빼어내고 싶어서인지 더 힘차게 잡아 당겼다.


  「앗!」하는 소리와 함께 암길의 손에는 인형의 한 쪽 다리만 떨어져 나온 것이다. 암길은 인형의 한 쪽 다리를 붙잡고、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똥그랗게 떤 채 놀란 표정이다. 그 순간 암길의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여동생이 슬퍼서 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자기 잘못으로 여동생이 슬퍼할 것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하얗게 텅 비워버렸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암길은「절자야, 자 받아라.」하며 인형 다리를 절자에게 던졌다.
  인형 다리는 절자의 어깨에 맞아 땅에 떨어졌다. 그 인형 다리를 주워 들고 절자는 5초, 10초 동안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절자의 아기」라는 30cm 되는 인형은 절자가 하루 종일 안아주고 업어주고 또 잠잘 때는 같이 베게를 배고 잠을 잘 정도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자기 몸과 같은 인형이었다. 그런데 지금 비참하게도 한 쪽 다리만 있다. 이 다리가 하루 종일 같이 지내던 그 인형인가? 하고 유심히 바라보던 절자는 같은 인형인 것을 알아차리고 그 인형 다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흑흑~울먹이는 소리가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그것을 보고 있던 가족은 나머지 부분을 빼어 내려고 암길이 보다 더 큰 정부가 어머니 어깨를 탔다.


  「절자야~지금 어머니와 큰 오빠가 인형을 다 빼내 줄 테니까 울지 마~~조금 기다려.」어머니는 영차하며 힘을 주며 정부를 어깨에 태웠다. 정부가 보니 목재가 약간 오른쪽으로 나가 있어 공간이 보이고、그 공간에 손을 넣어 정부는 온 힘을 다하여 나무를 치켜들고 그 인형을 빼 내었다.
  「절자야, 이제 안 울어도 돼. 큰 오빠가 인형을 빼 냈다.」


  겨우 다른 부분의 인형이 절자의 품에 안겨졌다. 그러나 그 인형은 하얀 얼굴에 눈이 똥그란 귀여운 인형이 아니고、얼굴 전체에 콩알 같은 검은 반점이 많이 붙어 있었다.
  그것은 어제 내린 검은 비가 목재 사이를 타고 내려가 인형의 얼굴과 목 주변에 떨어진 것 같다.


  원폭의 검은 비는 유성도 섞여있어 닦아도, 물로 씻어도 없어지지 않아 마치 인형이 검은 눈물방울을 흘리며 울고 있는 듯 하고, 얼굴 전체에 검은 비를 맞은 얼굴로 변형되어 있어 원폭 소녀가 된 것 같이 보였다.


  절자는 그 인형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몸을 가늘게 떨면서 인형을 안고 다다미에 얼굴을 파묻고 운다. 가여운 절자의 그 슬픈 모습에 가족은 아무도 절자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가끔 절자는 어깨를 들먹이었고 인형은 절자의 몸 밑에서 빠져 나왔다. 절자는 그 인형을 보고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을까?


  어머니는 인형을 조용히 들고 수건으로 소중하게 쌓아 다 부서진 장롱 위에 올려놓고 합장을 했다.
  「절자야, 새 인형 사줄께 그때까지 이 인형은 여기에 잠들게 하자 응?」
  절자는 아기 인형과 별다름 없는 더러워진 옆 얼굴만 보인 채 한참동안 다다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 뼈를 먹는 소년 -

  원폭이 떨어진 그 다음 날, 집안 정리와 절자의 작은 사건을 해결한 어머니는 혼자서 3시간 정도 아버지를 찾으러 나가셨다. 저녁 때 쯤 할머니와 정부가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다.  아버지의 작업장은 아무래도 바다 근처인 것 같은데, 그 바다는 텐마강을 따라서 내려가면 나오지 않을까?


   정부도 강에서 낚시한 적이 있지만 바다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바다는 그렇게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 둘이서 30분 걸어가서 본 것은 텐마강의 둑에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늘여져 있는 광경이었다.


   반은 시커멓게 탔고 반은 사람 같이 보인다. 양손은 올려 있고 무릎부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약간 얼굴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보면 여성인 것 같지만, 옷은 전혀 걸치지 않은 상태다. 또 눈은 뜨고 있지만 몸이 퉁퉁 부어 있고 그 눈이나 입에 벌레가 새까맣게 붙어 있다.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멀리서 시체를 운반하거나 정리하는 사람 중에 조선인 같은 사람이 있다. 혹시 아버지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조선인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희망이 마음 한 구석에서 생겨 나온다.


  그 중에는 갑자기 목을 돌려 우리들을 노려보듯이 본다. 살아있는가 하고 바라보니 목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가슴뼈까지 모두 없어져서 납작해져 있다. 살아있다 해도 오늘 하루 살 수 있을지, 이런 사람들이 많이 쓰러져 있었다. 될 수 있는 한 눈을 돌린 채 걸어가고 있는데 할머니가 우뚝 서 있는 사람과 부딪쳤는데 그 사람은 군모를 쓰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군인 아저씨. 나는 어제 회사에 간 아들을 찾고 있는데 여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 중에 조선인은 있을까요?」
  「조선인?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어요.」
  「이 사람들은 어디로 운반됩니까?」
  「몰라요. 배를 타고 강을 내려가 섬에 가서 화장해요. 또 시체가 왔네~. 어이, 타버린 시체는 그 위에 쌓아 올리고, 그 외는 조금 있으면 배가 오니까 강가에 옮겨 두고.」


  군인이 빨리 가라고 재촉하여 그 장소를 떠나 할머니와 정부는 1시간 더 걸어가서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쓰러져 있는 시체나 넘어져서 신음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점점 적어졌지만、다 부서진 집이나 폭풍에 날아온 목재나 지붕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저쪽에서 짐차를 끌고 오는 사람이 보인다. 아무래도 조선 사람인 것 같다.


  할머니는 「여보세요」라고 조선어로 말을 걸었다. 저쪽에서도「네, 할머니, 어디 가세요?」 라고 조선말을 했다. 역시 조선인이었다.
  「내 아들 이름은 원정상이라고 하는데, 미츠비시 조선에서 일하고 있어. 어제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나왔는데 알 수 있을까?」 라고 조선어로 물어 보았다.


  「이 근방에 자면서 일하는 조선 사람은 몇 백 명이나 되요. 통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런 사람 모르겠네요.」
  「나는 텐마교에서 왔는데 여기 주변은 그래도 다른 곳보다 조금은 참혹하지 않는데 죽은 사람은 없는가요?」
  「몇 명 죽었어요. 우리들도 마을에 나가 봤는데 마을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래도 피해는 받았지요.
  「당신들은 왜 이 짐차를 가지고 왔지요?」

  「일본인 감독의 명령으로 이 짐차로 죽은 사람을 운반하고 부상을 입은 사람을 병원으로 운반하고 있지만...」
  「그러면 이 주변을 찾아보면 아들을 만날 수 있겠네?」
  「이 주변은 넓어서 조선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지요. 히로시마시가 전부 불타 없어져서 일할 곳은 없어요. 모두 이리저리 흩어졌지요.」
  「그러면 아들 이름이 원정상인데 만약 만나면 가족이 걱정하며 찾아다닌다고 전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원정상 씨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할머니, 학생도 힘내라.」고 하며 부르릉 소리를 내며 두 조선인은 사라졌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아들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느껴졌다.


「정부야, 아버지는 저 조선인과 같이 어디서 일하고 있을꺼야.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사람을 살려주기 위해서지. 넓은 해변은 이 이상 찾아보아도 오히려 미아가 되어 우리도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돌아가면서 찾아보자.」
  점점 석양빛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할머니와 정부는 걸어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정부야, 텐마강 둑 위는 걷기 싫구나. 죽은 사람이 너무 많이 늘어져 있으니까. 다른 길로 돌아 가자.」
  「할머니, 만약 도중에 아버지와 만나면 뭐라고 말할까요?」
  「그래, 정부야, 너 말 잘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니?」
  「예, 쭉 생각했어요.」
  「아 그래, 착하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부야, 생각한 것 말해보렴.」
  「할머니, 이런 것은 나이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지요.」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 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서 할 말이 없다. 정부야, 어디 말해보렴.」
  「부끄러워서 말 못해요.」
  「부끄러워? 정부야, 왜 부끄럽다고 생각하니? 그러면 더 듣고 싶구나. 빨리 말해 봐. 할머니 아무에게도 말 안할 테니까.」
  「할머니 약속해요.」
  「그래, 약속하마. 빨리 말해 봐.」
  「아버지는 안 보는 동안에 미남자가 되었겠지요.」

  「미남자? 호호호!그런 생각을 했니? 정부야 재미나네, 호호호. 오래간만에 웃음이 나오네. 정부야. 좋은 생각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렇게 말하면 어머니도 기뻐하겠지요.」
  「호호, 정부야. 어머니까지 생각해 주니? 정말 착한 애다. 그럼 어머니는 예쁜가?」
  「응」
  「그럼, 정부는 미남자 아버지와 예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정부도 미남자구나. 정부는 미남이라고 생각해?」
  「몰라요」
  「왜 몰라?」
  「거울 본 적이 없으니까요.」
  「거울 본 적이 없다고? 집에도 학교에도 있지 않니?」
  「학교에 큰 거울 있어요.」
  「그 거울 봤겠네.」
  「안 보려고 해요.」
  「왜?」
  「부끄러우니까요.」
  「그럼 자기 얼굴 어떤 얼굴인지 잘 모르겠네.」
  「응, 잘 몰라요. 그래도 아버지를 보고 있으니까 아버지와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자기 얼굴도 미남이라고 생각하겠구나.」
  「아니, 그러니까 그 말 하지 말아 줘요. 부끄러우니까요.」
  「하하하, 미남이 부끄럽다니 이상하네. 역시 어린애구나.」


  할머니와 손자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커멓게 불타 없어진 컴컴한 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때, 판자 한 장만 걸쳐져 있는 집에서 정부 나이 정도 되는 소년이 허리에 다 떨어진 천을 두른 채 등을 지고 앉아 무엇인가 열심히 먹고 있다.


  얼굴을 좌우로 흔들면서 먹고 있다. 이렇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텐데 반나체의 소년이 먹고 있기에 할머니가 살며시 들여다보더니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정부야, 이 아이가 뼈를 먹고 있어!」

  「뼈를요?!!」


  정부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소년을 들여다보려 할 때, 소년은 뼈를 문채 뒤돌아본다. 정부는 그만 「앗!」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자기 나이또래의 소년의 머리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왼쪽 눈에는 안구가 튀어나갔는지 움푹 파여져 있다. 기운이 쑥 빠진 시커먼 얼굴이다. 가끔 입을 열면 폭발로 없어졌는지 앞니도 없고 먼지와 피로 시꺼멓게 범벅이 되어 있다.


  이미 소년이나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얼굴이어서 얼른 도망가고 싶을 정도지만 소년이니까 말을 걸어 본다.
  그 소년의 입에 물고 있는 뼈는 사람 뼈 같다.
  「얘야, 무슨 뼈를 먹고 있니?」
  소년은 할머니와 정부를 힐끔 쳐다보았다.


  할머니는 조선어로 「너희 아버지, 어머니 있니?」
  「없어요.」 소년은 짧게 말했다.
  「왜 없니?」
  「아버지는 불타 죽었어요. 어머니는 물, 물 하면서 강에 뛰어 들어가서  그대로 떠내려 가 버렸어요.」
  「그래? 불쌍하게도. 그래서 먹을 것이 없어서 뼈를 먹고 있니?」
  「그래요.」
  「그 뼈는 어디서 가지고 왔니?」
  「여기 있었어요.」
  「누구 뼈냐?」
  「사람 뼈요.」
  「사람 누구 뼈?」
  「아버지 뼈요」 소년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했다.
  「왜 아버지 뼈를 먹니?」
「나쁜가요? 아버지는 죽었어요. 뼈만 남기고 죽었어요. 이제 나도 죽어요. 아버지 뼈를 먹고 죽는다면 아버지같이 죽을 수 있지요. 그게 왜 나쁜가요?」
  소년은 새까만 얼굴을 새까만 주먹으로 눈물을 훔친다. 또 훔친다. 그 훔친 얼굴은 눈물로 빛났다.

  「이름이 뭐니?」
  「내 이름요? 어~~내 이름이...모르겠다.」
  「그래~~ 오늘은 가겠는데 내일 또 올 테니까 분발해라.」
  정부도 분발해~~를 두번 세번 말했다.


  이제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빨리 서둘러야겠다. 두 사람은 그 소년을 두고 한 발자국 걸어갔을 때 애절한 소리가 들려왔다.「사람 살려~~」
 그 소리에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고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살아야해. 분발해라.」
  또 다시 애절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 살려~~」
  뒤돌아보니 소년은 아버지의 뼈를 들고 양손을 흔들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정부는 조선어를 잘 모른다. 그래서 할머니와 소년의
이야기를 잘 몰랐는데, 마지막에 소년이 말한 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둠침침한 속에 정부는 물었다.


  「할머니 저 아이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어요?」
  「자기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말이야.」
  「불쌍하다.」
  할머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원폭투하 이틀째의 밤이 지나려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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