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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과 평화의 모임 시낭독 <이영란, 류영근>(2017.8.6.)

관리자 2018-03-05 (월) 16:10 6년전 7710  


<반전과 평화의 모임 시낭독>

이영란, 류영근( 20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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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시낭독​


‘어머니와 동생의 유골'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날 밤
마을 집들은 모두 불타버리고
나의 집도 불에 타서
그날 밤은 잘 곳이 없어졌다.
나는 아버지 품에 안겨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다
불타버린 허허 벌판엔 아무도 없고
나는 아버지 품속에서 울고 있었다


어머니도 4살 된 동생 유우 군도
어제 모두 죽고 말았다
오늘부터 사랑하는 어머니와
같이 놀던 동생도 만날 수 없다고
눈을 뜨고 알게 되었을 때
갑자기 뒷목 등줄기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나는 아버지 품에서 몸부림쳤다
아버지도 울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 몸이 떨고 있었다

누군가 아버지에게 부딪치면서
쿵 하며 쓰러진다


새까맣게 타버린 생선과 같이
얼굴도 알 수 없는 사람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다~~
빨리 어머니와 동생 유우군에게 가자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다 떨어진 수건을
살며시 여자 몸을 덮어주고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많은 사람이 죽어 있었다
될 수 있으면 보지 않으려고
아버지 발끝만 보고 걸었다
아버지의 발 사이에
어딘가 낯익은 돌기둥이 보인다
우리 집이다


두 개 있던 돌 기둥은 하나만 남아있고
우리 집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가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매일같이 서 있던 부엌을 가리키며
이 밑에 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뒹굴고 있는 냄비를 아버지는 주어들고
뒹굴고 있는 밥그릇을 나는 주었다
먼저 잿더미를 털어 내었다.

둘이서 몇 번이나 땅을 파헤치니
딱 소리 들리더니 유골이 나왔다
어머니다 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이것이 어머니? 정말로 이것이 어머니?
나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아침 8시경에는...
아버지는 숨을 들이키며
언제나 여기 서서 일을 하고 있었지
아버지는 또 다른 유골을 들어 올려
이것도 어머니다


나는 울음도 멈춘 채
정신없이 땅만 파 헤쳤다.

그 유골 밑에 동생이 있다


등뼈만 보이고 뱃살은 붙어 있다
이불인가 새까맣게 타버린 천이
배꼽에 달라붙어 있다


이것이 동생 유우 군
나는 뼈만 남아있는 동생을
끌어안았다

어머니 유우 군
어머니 유우 군
울면서 이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도 묵묵히 울고 있었다
아버지 나도 동생과 같이 죽을래요
괜찮지요 아버지
아버지는 어머니 유골을 들고
나를 꼭 껴안으며
안 된다 요시코가 죽으면 아버지는
혼자 남게 되겠지 그래도 좋으니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아버지는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그래 아버지는 어머니분까지 살아야지
요시코는 동생분까지 살아라
알았지 그렇게 하자
아버지 1분만 생각해보고요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마
나는 동생과 어머니의 유골에 입을 맞추었다


동생의 유골은 쓴맛이 나고
어머니의 유골은 슬픈 맛이 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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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근 시 낭독 

 


그 여름날의 꿈
               
8월,
다시 그날
흘러가는 무념의 아픈 세월 돋우어
북을 울린다.
돌아 선 세상을 불러
떠나간 그리움 절절히 불러
둥둥 진혼의 범음중(梵音衆)을 울린다.

홀연 불꽃속으로 솟구쳐
한 줌 흔적도 없이 허망히 사라진
그 여름날의 꿈,
차마 잊어버리지 못하여
진정 잃어버릴 수 없어서
목젖마저 하얗게 타버린 그 영혼이
둥둥 통한의 북을 울린다.

아직 흐르고 있을,
고향 길 솔바람
논두렁 스미는 풀꽃 향기와
어머님 마른 가슴 적시던 시냇가 물소리
아스름이 익던 저녁 밥 짓는 굴뚝 연기 속으로
허기 다 채우지 못해도 환하던 날들
아~
흰 이밥처럼 소복하던 그리움으로
그리 흐르고 있으리니....
오늘,
“슬픔을 딛고 넘어
분노를 평화로
그 마음 거룩하도다.“
눈물로 새겨진 그 위령비 쓸어안고서
다 부르지 못한 이름도 마저 부르며
그 여름날의 꿈을
고향 별빛 팔베개 삼아
다시 꾸려 한다.

8월
다시 오늘,
‘고향 영안(故鄕靈安)’이 오늘이기를
내 나라 꽃 피는 봄날 푸르른 아침이
오늘이기를 합장하며
둥둥 범음중(梵音衆)을 울린다.

이제야 비로소 열리는 것을
온전한 자유와 평화의 아름다운 세상이
이렇게 열리는 것을!
지새 울며 헤맨 하늘 길 종이학으로 접고
빼앗긴 칠십 두해
잃어버린 것 다 되찾지 아니할지라도
기다리다 눈멀어 내 가슴의 초승달 되셨을
어머니 나의 어머니 품 찾아
그 여름날의 꿈을
예서 마저 꾸려 한다.

                  2017. 8. 6. 한국 원폭 평화 전시관 개관 2주년에 부쳐


       부산지부  류 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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