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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와 10) 피폭자와 만남

관리자 2019-10-11 (금) 15:14 4년전 1803  

 
  1986년 무렵이라고 생각되는데, 동생이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시이나(椎名)변호사 사무실에 안내되어 변호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바로 옆에 걸어둔 신문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한국에 가서 조사한 한국원폭피폭자의 일이 게재되어 었었습니다.
“  한국에도 피폭자가 있는가? 정말인가?”
  그 당시 나는 700년의 전통을 가진 절의 31대 주지를 맡고 있었습니다. 생활은 여유가 있었지만 염려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유복한 생활 속에서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자라온 내 아이들이 어렵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비하하는 사람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는 사람으로 되려면 어떻게 할까? 그렇다. 제일 비참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가족여행이 실현되었고, 확실하게 똑똑히 피폭자의 비참함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인연이 있었다고나 할까. 우리 종문은 원래 해외에 나가지 못합니다. 나는 그것을 위반하면서 한국에 갔기 때문에 「시말서」를 쓰기도 했는데, 1989년 4월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가족을 데리고 장인어른의 묘소 참배를 이유로 종문의 허락을 받고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한 번도 아내의 고향에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고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이나 학교를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장인어른의 묘소를 참배한 뒤, 우리 가족을 안내 해 주신 추병수 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합천이라는 곳은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왜 그러십니까? 합천은 제 고향입니다만...”
  “그래요? 합천에 원폭피해자가 많이 계시고 지부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가 보시겠습니까? 작은 마을입니다. 가신다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날 안내해 주신 추병수 씨는 훗날 한국의 봉사단체 태양회의 회장직을 오랫동안 역임하신 분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장인어른의 묘소 참배가 피폭자와 만나는 인연이 되었고, 그것도 동생과 시나 변호사 사무실에 간 것이 또 깊은 인연이 있었는데, 우리들은 1시간 정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사무실에서 안영천 지부장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실은 나는 원폭에 전혀 무관심 했었고, 흑백 텔레비전으로 한국 피폭자의 실태에 육박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때 묻은 얇은 이불 한 장을 덮고 누워 계시는 사람에게 밥과 된장국을 가지고 오면 겨우 이불에서

일어나 밥을 천천히 먹고 또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는 그때의 극빈 한 상태의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안 지부장과 2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피폭자댁에 안내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일 열악한 댁으로요.”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9년 전에 피를 토하고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 할머니는 일본말을 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피폭자의 현실을 알아봐 주십시오.”
  안 지부장은 오래된 스쿠타 자동차로 우리를 안내 해 주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피폭자의 비참함을 보여 줄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10년 전에 본 것과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내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9년 전부터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는 시커멓게 거슬린 방에 누워 계셨고, 안 지부장이 일본 사람이 간다는 연락을 취했는지 할머니는 치마저고리를 입고 계셨습니다. 9년 전에 쓰러진 할머니가 왜 이렇게 한복을 입고 계실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할머니는 9년 전부터 누워만 계시지만 기력은 좋았다고 하십니다.
  “나는, 와카야마(和歌山)에 남편을 만나러 가서 남편과 같이 히로시마에 갔었지. 그곳에서 피카톤(원폭)을 맞았어. 그런데, 아저씨, 담배 가지고 있어요?”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세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과자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과자를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먹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한국에 자주 올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소원이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일본말로 생기 넘치게 말하던 할머니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면서 “나는...저... 내 소원은...내가 제일 원하는 소원은 빨리 둥근 달이 환하게 비치는 산에 잠들고 싶은 것이야.”
  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대로 살아 있으면 가족에게 폐만 끼치고 고통스러우니 빨리 죽고 싶다는 암시가 아닐까?
  ‘아~~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 할머니에게 무엇을 해 드리면 좋을까? 그렇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이지만 그동안만이라도 조금이라도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추병수 씨에게 “이 방의 도배를 산수화 등 둥근달이 그려져 있는 그림으로 하고, 잠옷과 이불을 사 주십시오. 작은 책상을 놓고 그 위에 라디오와 화병을 두어 꽃을 꽂아 주십시오. 물은 항상 마실 수 있도록 수통과 컵을 사서 놓아 주십시오”
  그 후 원폭 사무실로 돌아온 우리에게 안 지부장은 머뭇거리면서 “실은 이 지부의 피폭자에게 1년에 한 번씩 야유회를 가지면서 먹고 노는 즐거운 날이 있습니다. 경비가 부족하여 그때마다 마을의 군수나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유지를 찾아다니면서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조금 도와주실 수 없습니까?”
  “몇 명이나 오십니까?”
  “약 300명 정도 옵니다.”
  “그러면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약 20만 엔 정도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20만 엔을 안 지부장에게 드리면서 “또 오겠습니다”라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오려 했을 때, 지금까지 웃고 있던 안 지부장의 얼굴이 갑자기 엄숙한 얼굴로 변하더니 “다카하시 씨! 조금 기다리세요! 당신까지도 거짓말하십니까?”
라고 큰 소리로 나를 꾸짖는 것이 아닙니까? 영문도 모른 나는 얼떨결에
  “거짓말이라니요? 나는 거짓말 한 적이 없는데요.”
  “이것을 보세요.” 하며 내민 것은 두 권의 두꺼운 명함철로서 그 안에 명함이 약 400매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명함은 지금까지 일본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두고 가신 명함입니다. 일본 사람은 돌아가실 때 웃으면서 「또 오겠습니다」하며 인사를 하고 돌아가시지만, 지금까지 두 번 다시 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카하시 씨도 「또 오겠습니다」 하시는데 거짓말이지요?”
  합천에 1시간 정도 있으면서 오늘 피폭자를 위하여 30만 엔을 기부했는데, 그런 사람을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하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나도 정색을 하고 “안 지부장님! 나는 승려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승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일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온다고 하면 꼭 옵니다. 말한 것은 실천합니다. 그것이 나의 신조입니다.!!”

  내 아이들 앞에서 약간 격식을 차렸습니다. 그 해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문제와 사건 등이 있었지만, 한국피폭자에 대한 봉사 활동은 30여 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지속은 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후 피폭자에 대한 봉사 활동은 우리 태양회 뿐이었고, 합천 군수와 유지로부터 부끄러울 정도로 칭찬을 받아 왔습니다.
  칭찬 중 하나는 다카하시 이사장은 매년 두 번씩 반드시 이렇게 멀고 먼 합천의 피폭자를 위하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지속하시는 모습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로서...이렇게 칭찬을 받지만 그것도 모두 안영천 지부장의 “다카하시 씨! 당신까지 거짓말하십니까?” “나는 승려입니다. 승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1시간 정도 머물면서 30만 엔을 기부까지 한 사람에게 “당신 거짓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20년 동안 경관 경험이 있는 안 지부장이 나를 붙들어두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흠, 그래도 괜찮아.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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